20년 넘는 죽마고우이자 건축사 사무소도 공동 운영하는 박지현, 조성학 건축가가 함께 땅을 사서 각자 설계해 지은 집 두 채.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점 중 하나가 바로 집에 대한 상상력이요, 그런 현실 때문에 아파트만 좇는 문화가 고착화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그 상상력을 한 뼘 넓혀줄 거라 확신한다. (본문 중)
"건축을 하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틈을 통한 경험의 과정’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특히 시골의 집들은 사방으로 열린 자연과 면하게 돼 건축을 통해 그 풍경에 대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진입하며 보이는 소나무 숲과, 집 안으로 들어와서 바라보게 되는 산과 하늘이 만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사소한 것도 가치가 있잖아요, 이름의 뜻을 생각하면 작은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 집의 성격과 건축주분의 삶의 태도가 잘 담겨있는 이름이 아닐까 싶어요. 기존 주택에서 살릴 수 있는 것들 -마당의 감나무뿐 아니라 벽의 흔적이나 기존 벽돌의 재료들도 쓸모를 고려했어요.”
"상반된 재료와 어휘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이 마을에서 우-물이 자리 잡는 방식과 흡사해 보였다. 내부에서는 평면의 조율을 통해 다양한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방식이야말로, 건축가가 의도한 주변에 대한 배려이자 건물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본문 중)
"우리는 바위를 단순히 풍경의 대상이 아닌 직접 만지고, 기대고, 오를 수 있는 집의 일부가 되길 바랐다... 실제로 바위를 올라가면 적당히 앉을 수 있는 너른 공간이 나온다. 멀리 양평 시내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전망대 겸 바위 정자로 사용되고 있다. 덕분에 이 집은 마당을 통해 매우 길고 다채로운 풍경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작은땅에 건축을 하는 것은 건축한계선을 벗어나지 않게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건축한계선에 최대한 맞춘 면적의 평면을 보면 대부분의 건축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건축한계선에 타협이란 없다. 안되는건 안되는 거고 작은 땅엔 작은 집을 지을 수 밖에 없다. (본문 중)
"이곳에 남은 건축주 아버지의 삶과 정신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 그 방법으로 축사에 쓰였던 구조재를 집의 노출보로 재사용하려 했지만 구조적 문제로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 지은 집의 축소판인 테이블에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축사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그 기억 위에서 손자들이 식사를 하는 의미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